문학웹진 LIM LETTER 003 🗯️

여기, 뚫고 나오는 이야기의 숲 LIM

2023. 6. 2.

2023.06.02. LIM LETTER

003 세 번째 소식

안녕하세요, LIM 독자 여러분.

어느덧 여름의 시작, 유월에 찾아온 세 번째 레터입니다.

한 편의 완결 소식과 두 편의 새 연재 소식,

독자 리뷰, 몇 가지 예고를 전해드립니다.

여기, 뚫고 나오는 이야기의 숲

webzine LIM

LIM LETTER는 매월 첫째 주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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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 소식

완결 작품

세상이 무너져도 알고 싶은 것

이미화 에세이

1. 재앙 걱정러

2. 티핑 포인트

3. 안전지대라는 위험

4. 영원히 모르고 싶은 것

5. 간접차별에 동의하시겠습니까?

6. 내가 뒤돌아보는 이유

마지막 문단에서

이래도 되는 걸까? 혼자 사는 여성의 안전한 삶을 유용한 팁 취급해도 되는 걸까? 그저 혼자 사는 것만으로, 혼자 걷는 것만으로 위협당하는 여성의 삶을, 알면 유용하고 모르면 조금 불편한 생활 정보 정도로, 여성 개개인에게 재량껏 맡겨두어도 되는 걸까? 여성의 안전은 팁이 아니다.

골목길을 걸을 때, 택시를 탈 때, 집에 혼자 있을 때 하는 걱정을 언제쯤 그만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내가 여자라서 하게 되는 걱정들 말이다. 글쎄. 혼자 사는 여성이 혼자 사는 여성처럼 보이지 않아야 하는 세상에서라면, 그것만이 안전을 지키는 방법인 세상에서라면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

완결 작품은 메인 페이지 하단 또는 [메뉴 - 완결작]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새 연재 소식

TUE

통신광장

예소연 단편소설

작가의 말

아직 남아 있는 서버에 여전히 잔류하는 존재들이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쓰고 보니 정말 우리가 불규칙한 회로를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간신히 서로를 더듬는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작품에서

여인2: 저는 수현이었던 사람이에요.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해피엔드: 저는 동현이었던 사람은 아닌데요.

여인2: 하지만 당신이 해피엔드인 건 확실하니까요.

오류들은 나름의 질서를 지닌다. 전화회선의 잡음 속도가 일정하듯. 교차하고 파괴하고 분절되고 굴절되며 끊어지고 이어지는 오류들의 자기 유사성. 말하자면 여인 2는 오류이다. 나 또한 오류이기에 우리의 만남은 오류가 오류를 만난 셈.

저마다의 세계는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며 사방으로 뻗는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까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아요.

여인2: 혼자서는 스테이지 100을 깨지 못해요.

여인2: 버블룬과 보블룬이 모두 필요하거든요.

나는 메시지를 받고 잠시간 희망적이었는데 왜냐하면 여인2의 말이 꼭 자신이 보블룬이 되어주겠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여인2: 비밀 코드를 알고 싶다면 내 부탁을 들어주세요.

모든 걸 다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말은 온 마음을 다한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다는 말.

Fri

어느 부치의 섹스 로봇 사용기

아밀 단편소설

작가의 말

SF 장르에서 섹스 로봇 이야기는 쓰지 말라고들 하지만, 저는 남들이 하지 말라면 꼭 해보고 싶어지는 성격이라서 그냥 썼습니다. 좀 이상한 방식으로요.

작품에서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섹스 로봇을 대여했지.

하지만 리아는 로봇이라기에는 너무 사람 같았다. 이마 위로 흩어진 머리카락, 미세한 주름과 솜털까지 재현된 피부, 그 위로 도드라진 뼈마디 하나하나까지. 너무 리얼해서 숨을 쉬지 않는 것이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최신 기술을 고작 장난감을 만드는 데 쓴다고? 인간이란 정말이지 종족 자체가 낭비였다.

상품 설명에 따르면 리아와 섹스를 시작하는 키워드는 단 하나, "섹스하자"였다. 이건 모 여성주의 단체의 자문을 받은 결과라고 했다. 반드시 명확한 언어로 동의를 구할 것.

그러나 여성주의자들은 진짜 여성은 싫다고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사용자들에게 가르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섹스하기 싫다고 하는 섹스 로봇이라니, 그런 건 정말 어디에도 안 팔리겠지.

퀴어 축제에서야 별의별 옷차림을 볼 수 있으니 그 자체로는 특별하지 않았지만 영민의 눈길을 끈 것은 누가 봐도 혼자 온 것 같은 어색함과, 누가 봐도 처음 온 것 같은 결연함이었다. 그는 세상을 구하러 오기는 했는데 어떻게 구해야 할지는 모르는 초보 요술 공주처럼 가냘픈 우양산을 쓰고 풍성한 치마에 비를 맞으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6월 둘째 주 연재 목록

Mon. 06.05.

멀어지는 기분

윤혜은 장편소설

4부 한국의 정원 '여행하는 연애'

Tue. 06.06.

통신광장

예소연 단편소설

마지막 회

Thu. 06.08.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

이하진 장편소설

3부 마지막 회 '2034년 11월'

Fri. 06.09.

어느 부치의 섹스 로봇 사용기

아밀 단편소설

2회

문학웹진 LIM 작가 모아보기

📃 COMING SOON 📃

김병운 단편소설

오프닝 나이트

안윤 단편소설

핀홀 pinhole

짧은 독자 리뷰

통신광장 1회

하지만 일은 그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쿠폰 따윈 바라지 않으며 자신의 두려움을 어떤 방식으로 잠재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 바퀴벌레랑 마주치고 나서 내 인생의 모든 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 같아요. 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어들고 내가 평평한 바닥에 서 있는 느낌이 아니라 비스듬한 곳에 서 있는 느낌이 들어요.

얼마 전 어떤 일을 목격하고 나서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일이 있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비스듬한 곳에 있다. 손상되었는데 달라진 건 전혀 없는 것 같아 더 이상하다. 이상하게 기울어진 곳에서 마주친 여인2와 해피엔드의 이야기에서 이상할 만큼 큰 위로를 받는다. -익명 독자

편집자의 일기 같은 편지 🗯️

안녕하세요, 문학웹진 LIM 독자 여러분.

이른 무더위와 빗줄기로 찾아온 유월입니다.

이번 호의 독자 리뷰 작품은 예소연 작가님의 <통신광장>입니다. 지난 달 연재를 시작해 어느덧 마지막 회를 남겨둔 단편소설인데요. 익명 독자 님의 말처럼 유니텔 서버에 남아 서로를 마주한, 서로의 삶에 틈입해버린 이들의 이야기가 제게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위로를 주었습니다. 상실과 상심 후에도 어디로든 나아가는 방향이 있다고 믿으신다면. 다음 주 화요일, 통신광장을 찾아오세요.

이미화 작가님의 연작 에세이 <세상이 무너져도 알고 싶은 것>은 6회에 걸쳐 연재를 종료했습니다.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 4회 '영원히 모르고 싶은 것' 중 "정말로 그것을 겪기 전까지, 나는 계속 모를 수 있다"라는 문장이 내내 맴도는 며칠이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끊임없이 묻게 되는 요즘이고요. 작가님의 말처럼 모든 것이 기우이기를 바라는 마음. 그러나 세상이 곧 무너질 것 같을수록 더 알아야만 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서로를 향한 '카타스트로픽 워리어'라고 생각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용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한편 일주일의 시작을 함께해온 윤혜은 작가님의 <멀어지는 기분> 역시 완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1부 '서울의 정원' 2부 '방콕의 세 사람' 3부 '홍콩의 유에'를 지나 4부에 접어들었는데요. "상대에게 닿는 길에 아무런 장벽이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강력한 바리케이드가 되기도 한다는" 정원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기로 돌아옴과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을 앞둔 정원은 이제 어디로 나아가게 될까요?

숱한 비극과 망각, 애도 건너편의 혐오와 절망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이루는 대다수가 선을 잃지 않았다고" 믿어보겠노라 다짐하는 '보통의 사람' 미르와 그 동료들도 끊임없이 나아갑니다. 서현주의 연구 데이터 베이스와 메신저, 그 안에 담긴 사일러스와의 접점. RIMOS 출범 성명.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이력흔과 아델리온 시약 사이의 관계. 다음 주 목요일, 이하진 작가님의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 3부 마지막 회가 공개됩니다.

금요일의 새로운 연재작은 아밀 작가님의 <어느 부치의 섹스 로봇 사용기>입니다. 소위 '교육용'부터 애인과의 일상적인 대화까지 수행 가능한 '생활형' 인공지능 섹스 로봇이 상용화된 시대. 레즈비언으로서도, 요리사로서도 '이런 식으로는 세상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을' 거라는 좌절감과 환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영민'은 최신 여성형 섹스 로봇 '리아'를 3개월 렌털하기에 이릅니다. 어디에나 있는 어느 부치의 어디에도 없는 섹스 로봇 사용기. 소설가이자 번역가, 에세이리스트로 창작과 번역 사이, 현실과 환상 사이, 여러 장르를 넘나들어온 아밀 작가님의 거침없는 신작. 매주 금요일 오전 열 시에 찾아옵니다.

🗯️

무성한 세계 위에서 무사히 만나기를.

6월에도 문학웹진 LIM은 계속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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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LIM 경장편 1 | 윤혜은 『멀어지는 기분』

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 2 (2023 가을) | 김병운 서이제 성수나 아밀 안윤 이유리 최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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